나는 4남매다. 어린 시절 등교하기 전 집에 있었던 과자, 사탕, 빵 등은 하교하고 오면 없어졌었다. 4남매가 경쟁적으로 먹다 보니 먹는 것이 늘 부족하다고 느꼈던 어린 시절이었다. 외동인 친구집에 갔을 때, 먹을 것이 식탁 위에 진열되어 있는 모습이 어색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무튼 당시에 간식에 대한 집착이 좀 있었더랬고, 아무래도 지금보다 먹거리가 다양하지 않았겠지만, 늘 먹고 싶어 할 만큼 나름 먹을 것이 많았었다. 학교 앞 떡볶이, 떡꼬치, 달고나, 잉어모양의 엿(뽑기였었나), 쥐포튀김 등등. 하교하면서 100원 떡꼬치와 고추장 소스를 바른 쥐포튀김 50원이면 세상을 다 가지던 시절이었다.
4남매인 우리는 종종 천원의 용돈을 받았는데, 슈퍼에 가서 각자 250원씩 공평하게 나누어 썼던 기억이 난다. 새우깡 등 과자가 100원이 디폴트 값이었던 시절, 나에게는 나만의 '디폴트' 구매리스트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50원의 신호등 사탕과 100원의 과자 2봉지 였는데, 그 과자는 바로 'B29'였다.
지금도 카레는 365일 언제 먹어도 반기는 메뉴이지만, 이 카레과자는 흔히 얘기하듯 한번 열면 멈출 수 없고,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옥수수로 만든 과자에 카레가루를 입힌 형태인데, 참 매력이 있었다. 카레가루가 살짝 매콤하고 짭짤하며 옥수수 과자가 고소하고 바삭했다. 난 어린 시절부터 단것보다는 짠 것을 더 좋아했으니 이건 뭐 딱 맞춤이었는데, 수많은 과자를 제치고 늘 2 봉지를 샀었다.
이사를 가고, 중학교를 가고, 이래저래 바쁜 시기를 보내다 보니 이 과자가 단종된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30대 시절이었던가, 지금은 단종된 추억의 과자를 재출시해달라는 이슈에 대한 뉴스기사를 보았는데, 헉 이럴 수가, 내가 잊고 있었단 그 B29였다. 당시에도 어찌어찌해서 먹어본 것 같은데 이후 다시 재단종. 그리고, 오늘 유튜브 숏츠에서 제과업체가 추억의 과자를 출시하는 목적이라는 뉴스를 보았는데, 그 첫 번째 소개도 바로 이 B29였으니, 난 바로 출동하였다. 어머어머 CU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다는 특종(?)이었다.
난 바로 집 앞 CU에 들러, 헤어진 연인을 찾듯이 B29과자를 찾았다. 바로 여기 있었구나!

심지어 2+1이라니! 살짝 자존심이 상한다. B29가 재출시되었는데 2+1이라니! 난 좋은데.. 그래도 2+1이라니! 6봉을 집어드니 전부를 집어 들게 되었다.

집에 가서 맛볼 생각에 설렌다. 아, 이 설레는 느낌 얼마만인가!


녀석을 마주하니, 새삼 새삼스럽다. 어린 시절 생각도 나고, 감회까지는 아니어도 기분이 남다르다. 그런데 웬걸, 초등학생 아들 녀석도 먹고 싶었던 과자라고 한다. 이거 참, 뭐지. 40년을 넘나드는 세대의 공감대라니.

역시나 고소하고 짭짤하며 매콤하다. 반가워 B29, 그리고 고마워. 다시 내게 와줘서.

맞아 맞아, 당시엔 카레색 과자가 보이는 포장이었었는데, 추억에 빠져드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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