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게으른 것일까, 사람은 원래 타고나길 게으른 것일까.
수많은 자기 계발서와 더 많은 동기부여 영상들을 접할 때면 마치 항생제 내성이 생기듯 더 이상 특별한 감흥을 느끼기가 어렵다. 머리로는 무조건 도움이 되는 내용임에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아, 역시, 오로지 내가 직접 겪어서 깨달은 것이야 말로 진정한 경험이 되는 것인가. 차라리 책 한 권으로, 영상 하나로 큰 변화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런 책과 영상, 혹은 다른 방법으로라도 일순간에 해결해버리고 싶은 무모하고 어이없는 기대를 했기에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한번에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있다면 우리 모두가 왜 이리도 힘들게 하루하루 노력하는 거냐고 반문하게 된다. 그래도 책이라도 읽고 영상으로라도 접해두게 되면, 매일매일 일상의 작은 부분이라도 변하고자 하는 마음은 유지하게 된다.
4년차에 접어든 걸어서 출근하기. 5km 남짓의 거리, 러닝도 아니고 그저 걸어서 출근하는 것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 다만, 무려 4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꾸준히 걷고 있다는 그 자체가 뿌듯하다. 매일매일 1,000원씩 모아서 10,000,000원을 모았다면, 천만 원이라는 객관적인 액수의 크기로서 가늠하면 안 되는 10,000일 동안의 노력이 있을 것이다. 그런 느낌이다. 누군가 나에게 천만 원을 그냥 준다고 해도(너무 좋겠지만) 느낄 수 없는 그런 감정이다.
긴 시간을 꾸준히 걸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이 세상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해도, 시간의 노력은 절대 한 순간에 얻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꾸준히 오랜기간 해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표현하기 어렵지만,
내가 무언가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생기는 자부심(혹은 자존심, 자존감)
그 노력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역량(혹은 건강, 건강한 신체와 정신)
다른 어떤 시련 혹은 극복해야 할 것을 마주할 때, 꾸준히 노력한 경험으로 인해 그다지 두렵지 않다는 것(혹은 자신 있다는 것)
4년 동안 사실 수차례 위기가 있었다. 4년을 걸어도 어떤 사유로 하루 못 걷게 되면(장맛비 등 날씨 문제 외에는 거의 걸었다) 그다음 날 반드시 걷기 싫어지는 것이었다.(인간의 무서운 게으름) 혹은 전날 과음하고 1분 1초라도 더 자고 싶던 어떤 날도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걸어야 한다고 나를 설득하지 않고 그냥 신발부터 신었다. 걷다가 택시를 타더라도 일단 걸었다. 그러다 보면 1km, 2km, 기분이 좋아지며 '정말 걷기 잘했다'라는 결과에 수렴했다.
그래 맞다. '그저 그냥 하는 것' 이다. 이런저런 고민, 더 나은 선택을 하기위한 갈등. 아니다. 그냥 그저 하면서 얻는 것이다. 평생을 신고 입었던 스포츠의류 브랜드 나이키가, 우리에게 평생동안 강조하는 메시지 아닌가. Just do it. 피겨여왕 김연아도, 유명배우 유해진도, 그저 그냥 하는 것.

하루하루에 지치고 힘들어도, 앞길이 막막해도 우린 그저 하면서 앞으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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