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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위스키 한잔으로 마무리 하는 하루(발베니 더블우드 12년산, Balvenie DoubleWood 12 years aged)

by Backthebasic 2025. 3. 9.

 


술과 술자리를 좋아하는 나는 매주 2~3회씩 모임이 있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 꽤나 깊숙하게 박힌 문화 중 하나는 음주 문화이다. 즉,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자연스런 공통점 중에 술이 가장 빠르고 쉬운 수단으로서 역할을 해왔다고 본다. 물론 요즈음 젊은 세대들은 술을 거의 먹지 않거나, 먹는다고 해도 가볍게 즐기는 문화가 많다고는 들었다. 다만, 1990년대 2000년대를 살아온 나로서는 술로서 비롯되는  사회경험을 해왔다. 그리하여 나는, 직장 동료, 친구들, 업체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마시며 이야기 하였다. 
 
"맥주 한잔 할래요?" 
 
이 한마디면 동료 혹은 친구가 되기까지의 여러 과정 중 몇 과정은 생략될 수 있다. 그렇게 만나 술을 마시고 취해서 집에 들어와 겨우 씻고 잠들었다가 다시 출근하는 일상이 계속되다가 코로나 19가 찾아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것이었다. 
 
코로나 공포가 심해질수록 정부의 대면활동 규제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감염 우려 때문에 외부 활동을 자제하였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 이전에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마시던 것이 중단되면서 술에 대한 욕구가 집에서 해소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아내와 함께.
 
한 주간 힘든 회사생활을 마무리하고 금요일과 토요일, 아내와 나는 저녁 술자리를 가졌다. 낮에는 아이들 관련 이것저것 챙기고 저녁즈음 되면 마치 회사일을 끝내고 퇴근하는 듯 술 한잔이 간절하였다. 아내와 눈을 마주치고는, 나는 안주를 아내는 술을 준비하였다.
 
늘 소주, 맥주만 마시던 나와는 달리 아내는 와인, 막걸리, 위스키 등 다양한 주종을 조금씩 마시는 것을 좋아하여 덩달아 나도 여러 술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와인은 스테이크나 치즈, 맥주는 치킨과 오징어, 삼겹살에는 역시 소주를 곁들였다. 그러던 중, 20대 시절 몇 번 경험하고는 나와는 맞지 않다고 여기던 위스키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40대 나이에 접어들면서 예전만큼 취기가 오르지 않는 현상이 있었다. 예전엔 술만 들어가면 취기가 돌아서 말도 많아지고 텐션도 높아졌는데, 이젠 소주 1병 정도를 마셔도 마치 술을 안 마신 사람처럼 흉내도 가능할 만큼 취기가 없다. 그저 피곤해지는 것만 같다. 맥주도 마찬가지다. 20년을 마셨으니 둔감해진 것인지 아니면, 간(liver)이 피곤해져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안주도 귀찮고 그냥 한잔 마시고 잠을 푹 자고 싶을 때 아내와 위스키를 두어 잔 마셔본 적이 있다. 마치 드라마 속 재벌 2세가 잠옷을 입고 거실에 나와 양주장에서 고급 양주를 꺼내 마시는 모습처럼, 안주도 없이 위스키를 마셔보았다. 그런데 한 잔만에 취기가 확 오르는 것이 몸도 따뜻해지고 기분도 노곤해졌다. 
 
'이래서 나이 들면 독주를 마시게 된다는 것이었나'
 
오래간만에 찾아온 그 기분이 좋아 두어 잔 더 마시고 잠을 청했다. 꿈도 꾸지 않고 푹 자고 일어나는데, 숙취도 없이 가뿐한 기분이 들었다. 아, 위스키가 이런 특징이 있구나, 하고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술은 체질에 따라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이 사실이다. 어떤 사람은 곡주를 싫어하고, 또 어떤 사람은 배부르다고 맥주를 기피한다. 각자 취향에 따라 선택하시면 된다. 그러나, 음식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닌 그저 술 몇 잔 마시고 잠을 청하고 싶은 노곤한 기분이라고 한다면, 조심스럽게 독주를 추천해 본다. 술을 어느 정도 마실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200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위스키는 곧 밸런타인을 뜻하겠지만(나만 그럴 수도 있다), 요사이 블렌디드 위스키 못지않게 싱글몰트 위스키가 유행이었었고, 그중에서도 최근엔 '발베니'라는 위스키가 꽤나 인기가 있었던 모양이다.(지인이 선물로 주었다)
 
어젯밤 아내와 함께한 위스키 한잔의 모습을 사진으로 공유하면서,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술을 적당히 마시면서 인생의 즐거운 순간을 보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