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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복권(LOTTO)만이 정답이다.(정답일까?)

by Backthebasic 2025. 3. 11.

 

 
 
아마도 2003년 이었을 것이다. 2002년에 시작된 로또복권이 전국적으로 유행하면서 300억이니 400억이니 어마어마한 당첨금 숫자로 뉴스가 도배되었던 시절이었다. 당시는 당첨 등수 별로 당첨금이 얼마인지도 모를 시기여서 기대감과 희망이 증폭되던 시기였다. 1등 당첨금이 수백억이니 하는 기사는 많았지만 2등, 3등, 4등 각각 얼마인지는 잘 몰랐었다. 하루는 친구들끼리 한 친구네 집에 모여 이것저것 하며 놀고 있었는데, 정말 짠돌이 였던 한 녀석이 이번주에 로또복권을 샀다고 고백하였다. 마침 어제가 당첨금 발표 날이었으니 지금 당장 맞추어 보자고 난리였다. 혹시나 당첨되면 친구들이 돈이라도 꿔달라고 할까봐 걱정하는 표정으로 머뭇거리더니, 친구녀석도 결국 궁금하기도하고 혹시나 당첨될까 기대에 차서 당첨번호를 하나씩 조심스럽게 맞추어 보았다. 번호 하나라도 맞으면 월드컵에서 박지성이 중거리포를 성공시킨 듯이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 6개 숫자 중 3개가 맞았다! 5등 당첨이 된 것이었다. 당시 당첨금 누적액이 400억이니 300억이니 하던시절이어서 5등이면 적어도 몇억은 되겠다고 친구들끼리 부둥켜 안고 빙빙 돌았다. 친구 녀석은 이제 대박인생 시작이라며 먹고싶은거 다 말하라고 하였고, 평소 즐겨먹던 치킨을 2마리 씩이나 사주었다(워낙에 짠돌이 녀석이었어서 치킨 2마리만 해도 기적같은 일이었다). 우리모두 속으로는 부러워서 배가 아팠을지라도, 친구에게 행운이 찾아온 것이 어쨌든 너무도 잘된 일이라 생각했고, 또 한편으로는 지루한 대학생활 중에 친구들끼리 모여 즐기는 재미있는 하나의 에피소드 였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5등 당첨금이 2만원(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5만원 이하 였다)정도 되었다. 치킨 2마리 값이2만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하니 당첨금 전부를 치킨값을 써버린 것이었다. 짠돌이 녀석이 얼마나 상심했을까 하는 마음에 한동안 녀석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녀석도 연락이 없었다. 이 이야기는 지금도 가끔만나면 인생 대박, 역전 인생 등 로또 광풍이 불러온 재미난 추억거리로, 종종 웃으면서 얘기 나누는 에피소드가 되었다. 
 
나는 걷기를 좋아하여, 주중에는 회사로 출근하며 걸어가고 주말은 집 근처를 산책하곤 한다. 그런데, 경관이 좋은 공원은 걷기에 다소 지루해서 시내를 걸으며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시내 산책코스 중간지점 즈음에 로또복권 명당집이 있다. 1등 6번, 2등 21번 정도 당첨된 곳이면 로또 대박집으로 불러도 되는지 그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금요일, 토요일이면 늘상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복권을 산다. 그래서 나도 한번은 여기서 로또를 사봐야지 하고 생각하곤 했다. 지난 일요일 아침 산책 중에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걷다가 만난 명당집에서, 부푼 기대감으로 복권 10,000원(10게임)어치를 사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간다. 20년전 친구들과의 일화도 생각나고, '혹시나 복권이 되면' 하는 재미있는 상상도 한다. 로또 1등당첨의 확률이 길거리를 걷다가 번개를 맞을 확률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확률이지만, 그저 당첨이 된다는 상상만으로도 잠깐이마나 기분이 좋아지니, 만원어치의 역할은 어느정도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딱히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은 우리네 일상에 잠깐 느끼는 달콤한 사탕 1알 정도랄까) 
 
로또만이 정답이라는 말이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고난한 하루하루를 반증하는 말일수도 있겠고, 돈을 좇지말라는 특히 내가 노력하지 않은 행운을 좇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당연히 정답이겠지만, 가끔 한번 재미난 마음으로 복권한장 사면 어떠랴.

오늘도 모두모두 화이팅 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