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7년여간의 주식투자를 그만하게 되었다.
'그만하게 되었다'는 것은 타의에 의해 혹은 상황으로 인해 결정한 요인이 포함되었다는 것이고, 만약 '시간을 되돌린다면 주식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말은 주식투자로 성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마무리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결과론적인 얘기란 뜻인데, 주식투자를 그만둔 지 약 3개월 여가 흘러가는 지금, 그동안 마치 무언가에 홀린 상태에서 그것에 홀린 지도 모르고 지내다 마침내 제정신을 차린 사람처럼 생각이 또렷해지고 있다.
사실 나는 '투자'라기 보다는 '투기'를 하였다. 신용거래(증권사 대출)는 물론, 묻지 마 투자도 심심찮게 하였다. 신용거래는 지옥의 신용비율(140%, 증권사마다 다를 수도 있으나)을 겨우겨우 막고 막다가 결국 계좌가 녹아내리며 끝이 났다. 일순간에 타버린 계좌는 재도 남지 않게 되었다. 소위 말하는 '무식'과 '용기'가 결합하여 크나큰 실패를 이루어(?) 냈다.
아내에게 모든 경제권을 넘긴 후 지금은 마치 은퇴한 운동선수 처럼 하루하루 성실(?)하게 보내려 노력하고 있다. 남편이자 아빠이면서 직장인인 내가 가정과 업무를 뒷전으로 하고 몰두했던 주식투자. 그 큰돈을 잃고 나서 내가 깨달은 것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큰돈을 잃은 사실도 아니고 투자실패의 충격도 아니다. 내가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주식투자로 인해 7년이란 시간 동안 소홀히 해온 가정과 회사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꼼꼼하게 공부해서 수익을 내며 본연의 삶도 성실하게 하고 있을 수많은 건강한 투자자분들을 위한 글은 아닐 것이다. 멘탈은 약하면서 객기만 셌던 무지한 투자를 경험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하는 후회와 반성이, 지금 어디에선가 주식투자로 인해 본연의 삶 하루하루가 불안한 분들에게 지금 당장이라도 투자를 멈추고 본연의 삶으로 돌아가시길 권고하고 싶은 마음에서 쓰는 글이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하지 않았을 주식투자, 내가 깨달은 이유를 3가지로 설명해 보겠다.
첫째, 인생의 주객이 전도된다.
주식투자에 한창 빠져 있을 시기에 나는 이런 사람이었다. 대표이사에게 크게 혼이나도(직장인이 회사의 대표에게 크게 혼날 일이 그리 흔치는 않을텐데) 주식계좌가 빨간불이면 그만이었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상을 타거나 아내가 취업에 성공해도 주식이 폭락하면 감흥이 오지 않았다. 기뻐야 할 때 기뻐하지 못하고 슬퍼야 할 때 슬퍼하지 못하는 삶이란 비정상 그 자체이다. 아무리 큰돈을 벌어도 이런 삶이 의미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
둘째, 삶의 질이 떨어진다.
첫째와 같은 말이겠지만, 제대로된 생활을 하지 못하다 보니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 부모님께 짜증은커녕 싫은 내색도 하지 못했던 내가 주식이 폭락한 날이면 심심찮게 짜증을 내었다. 효자라는 타이틀이 내 인생 자존감 중 하나였던 내가 불손한 나를 받아들이는 그 자체가 상처였다. 저녁에서만 먹던 술을 아침 빈속부터 찾게 되니 건강도 망가지고 있었다. 내가 대체 얼마나 큰돈을 벌려고 이렇게 사는 것일까라고 수시로 자문했지만, 내일은 오를 거라는 막연한 희망고문으로 무려 7년이란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셋째, 보이는 돈과 보이지 않는 돈 모두를 잃을 확률이 매우 높다.
'주식해서 돈 번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말은 제대로 공부해서 신중하게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일확천금에 눈이 멀어 제대로된 선택을 하지 못함을 의미하겠다. 인간에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은 똑똑하던 사람도 멍청하게 하는 마법이리라.
'너 아직도 그 주식 매수 안했어? 야 지금 다른 사람들 다 하고 있데. 그냥 사기만 하면 오른데'
혹해서 시작한 그릇된 선택이 성공을 가져올리 없고, 만에 하나 급등주가 얻어 걸려 큰돈을 번다해도(실제 주식이 올라도 팔지 못하고 결국 손절로 끝나는 것이 미비한 중생이리라)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 더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또 다른 마법에 갇히게 된다. 결국, 내 진짜 삶은 삶대로 버리고(보이지 않는 돈), 실제 돈도 잃게 되는 최악의 길로 가기에 매우 쉽다는 것이다.
아마도 평생 쓰라릴 나의 경험은, 경험이라고 불러줘서 고마울 정도이고 어찌보면 흑역사다. 다만, 나의 남은 인생을 제대로 살도록 해줄 거름으로서 역할을 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오늘은 월요일. 또 다시 돌아오는 월요일 증후군으로 힘들었을 수많은 직장인 동료분들 이여. 힘든 퇴근길에 혹여나 주식이나 코인으로 돈 벌었다는 블로그 글이나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잠시나마 유혹을 느꼈다면 alicemade.com에 오셔서 이 글을 읽게 되시길 바란다. 월요일이 힘든 직장인보다 비교도 안될 고통을 견디고 있을,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는 파란색 계좌 보유자들의 지옥같은 마음고생을 생각한다면, 지금 이 순간은 행복 그 자체이다.
'마음으로의 초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냥 하는 것, just do it. (5) | 2025.05.20 |
|---|---|
|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1) | 2025.05.09 |
| [자작시] 뭐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1) | 2025.05.07 |
| [자작시] 다시 제 자리로 가게 (4) | 2025.04.08 |
| 끔찍한 산불, 제발 멈추고 우리 일상을 돌려주길. (4) | 2025.03.27 |